호기심, 관심사

金融委, 집단사고의 위험


존 F 케네디 미국 대통령에게 쿠바 피그스만(Bays of Pigs) 침공사건은 치욕처럼 여겨진다. 취임 3개월째인 1961년 4월 카스트로 정권을 전복시키기 위해 미국 CIA가 주도해 쿠바에 침투했다가 실패했다. 당시 CIA는 쿠바 망명자 1400여 명을 훈련시켜 공격했다. 하지만 사흘 만에 100여 명이 죽고 1100여 명이 포로로 잡혔다. 이들 몸값으로 5300만달러를 지불해야 했다. 다음해 10월 쿠바 미사일 위기를 수습할 때까지 미국의 악몽으로 남았다. 국제사회는 미국 정부가 왜 이렇게 무모한 작전을 펼쳤는지 의아하게 여겼다.

이 사건은 미국 예일대 교수인 어빙 재니스가 1972년 출간한 `집단사고의 희생자들(Victims of Groupthink)`의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케네디를 비롯해 로버트 케네디 법무장관, 안보보좌관 등 하버드대 출신 우수 인력들이 왜 잘못된 결정을 내렸는지 주목했다. 재니스 교수는 이를 집단사고(groupthink)로 규정하고 `응집력이 강한 집단이 판단을 내릴 때 만장일치를 이루려는 경향`이라고 설명했다. 동질성이 너무 강하면 비판적이거나 다양한 목소리는 사라지고 획일적인 사고와 폐쇄적인 의사결정, 자기 합리화만 남게 된다는 것이다. 엘리트집단은 더 심하다. 이런 사례들은 미국의 베트남전쟁 참여, 우주왕복선 챌린저호 폭발사건 등에서 공통적으로 발견된다.



집단사고의 오류는 경제 문제에서도 나타난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발하기 수개월 전까지 국제통화기금(IMF) 고위층은 상황을 오판했다. `선진국에선 위기가 발생할 가능성이 매우 낮고 시장 자율 기능에 의해 해결될 수 있다.` 세계 최고 이코노미스트들이 모인 조직에서 내린 분석이다. 1997년 외환위기 전 `한국 펀더멘털은 튼튼하다`고 얘기한 우리 관료들을 보는 듯하다. 이후 IMF는 감사보고서를 통해 집단사고에 빠진 자신들을 되돌아봤다. `부서 간 장벽과 폐쇄적인 조직 이기주의로 올바른 판단을 못했다.`

최근 금융위원회의 특정 학맥 쏠림 염려가 SNS를 통해 퍼지고 있다. `금융위에 서울대 졸업생이 너무 많고, 특히 서울대 상대 출신이 아니면 겉돌게 된다`는 얘기다. 금융위 과장급 이상 간부 48명 중 서울대 상대 출신은 29명으로 60%에 달한다. 국장급 이상(14명)에서도 8명이나 된다. 이 때문에 내부에선 ○국장, ○과장보다도 `○○형`이란 호칭이 친숙하다. `모피아`적 특성에다 특정 학맥까지 더해져 더욱 획일적인 조직으로 변하고 있다.

물론 동질적인 엘리트집단의 장점도 있다. 의사결정이 빨라 업무 효율성이 높고, 외부 공격을 받을 때는 강한 인적 네트워크로 방어력을 갖추게 된다. 그러나 집단적 사고가 팽배해지면 창의성이나 다양한 시각은 뒷전으로 밀린다. 우월 의식은 강해져 외부 비판은 무시하고 자기 합리화에 빠지기 쉽다. 위기 시에는 사태를 악화시킬 가능성이 있다.

신제윤 전 금융위원장은 재임 시 가장 힘들었던 기억으로 카드 정보 유출 사건을 꼽는다. 금융위 자체적인 해결 범위를 넘어섰기 때문으로 보인다. 금융회사나 부실 기업을 컨트롤하는 데는 익숙하지만 범위를 넘어선 경제·사회 사건에 대해선 국민 눈높이에서 대응하지 못했다.

핀테크(fintech)에 대한 초기 대응은 더욱 부실했다. 선진국은 물론 중국까지도 수년 전부터 움직였지만 우리는 금융규제와 인식 부족으로 손을 놓고 있었다. 한 카드사 임원은 "지난해 핀테크를 얘기해도 이해하는 공무원이 드물었고 새로운 조류를 받아들이려고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금융위 간부 중 이공계 출신은 한 명도 없고, IT 금융기술을 잘 아는 관료도 드물다. 새로운 흐름에 뒤처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오랫동안 금융규제 개혁을 외쳐도 실행이 더딘 이유가 이런 집단논리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다른 경제부처와 달리 금융위는 서울에 남아 있고 지원자가 많다. 행시 우수 합격자들이 몰릴 수밖에 없다. 구조적으로 쉽지 않지만 인적 구성에 다양화가 필요하다. 부처 간 교류나 개방직 확대, 민간 전문가 영입은 물론 반대 의견을 내놓는 `악마의 대변인`을 정하고 집단사고의 오류를 경계해야 한다. 


# 사족
네덜란드 사회학자 홉프스테드라는 사람이 IBM 인적자원 담당부서에서 일하던 당시 각 문화 환경에 따라 하급자들이 상급자들에게 눈치를 보지 않고 직접 의사전달을 할 수 있는 정도가 다르다는 점에 주목하고 1967년부터 1973년까지 IBM 전 세계 70여 개국 현지법인 직원들을 대상으로 국가 문화 차이를 비교했다고 한다. 그 결과 한국은 위계질서가 분명하고 집단을 우선시하며 남성성 문화가 지배적이며 권위주의적이고 위험을 덜 감수하려는 사회라고 한다.
① 권력거리(power distance) 정도 : 조직 내 권력의 불평등을 하급자들이 용인하는 정도로 그 값이 높을수록 위계질서가 분명한 사회이고, 그 힘의 불균형을 쉽게 용인하는 문화
② 개인주의 대 집단주의(Individualism vs Collectivism) : 개인주의를 기준으로 사회구성원이 집단보다 개인을 우선시하는 정도를 측정. 

따라서 이 척도의 값이 높은 문화에서는 단체나 조직의 행복보다는 개인의 성취를 중시하는 경향이 강함.

③ 남성성 대 여성성(Masculinity vs Femininity) : 이 값이 높으면 사회구성원이 성공이나 재산, 권력 획득에 더 높은 가치를 두고 있는 남성성 문화이고, 이 값이 낮으면 삶의 질이나 동료 간 유대관계, 안정적인 것 등에 더 큰 가치를 부여하는 여성성 문화로 구분
④ 불확실성 회피(Uncertainty Avoidance) : 사회구성원이 예외나 모호한 것을 회피하고자 하는 정도를 측정. 이 값이 높은 문화에서는 상대적으로 권위주의적이고 위험을 덜 감수하려 하며 새로운 시도에 대해 소극적인 태도가 나타남.

1,3,4 가 집단사고와 관련이 있어보이는데, 어느 조직에서나 자유롭게 의견을 표출할수 있는 문화가 조성이 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좋은 아이디어를 내놔 보라고 회의를 소집해 들들볶지 말고, 악마의 대변인 역할을 하라고 갑자기 떠밀지 말고, 평소에 기업문화, 조직문화로써 뿌리내리는 것이 필요하다. 물론 말은 쉽다. 그간 회사내 이런 저런 조직을 봐도 여건이나 분위기가 조성됐다가도 어디 윗사람 누가 한마디 던지면 와르르 유리마당 깨져 무너져 버린다. 눈치보지 않는 문화, 다양성을 존중하는 문화가 필요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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