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기심, 관심사

분노가 지나간 자리


 스타벅스에 들어와 창가 일자 테이블에 앉았다. 보통 가방이나 짐을 옆에 놓기 때문에 한사람이 앉으면 두 좌석을 차지하게 된다. 왼쪽편에 앉아 계신 중년 남자분이 신문을 펼쳐놓고 읽고 있다. 신문을 넘기는 속도가 엄청나다. 촥! 촥!. 몸을 돌리거나 소지품을 꺼낼때 물건 부딪히는 소리, 테이블에 놓는 소리 모두 쿵쿵 울린다. 주기적으로 한숨도 푹푹 쉬는걸 보니 이분 속이 어떤 상태인지 느낌이 온다. 음료를 추가로 주문하시는지 카운터로 거칠게 가시는데 중간에 부딛히거나 길막했다간 바로 주위에 아무거나 잡아 후려칠 기세다. 왜일까. 뉴스나 영화에서 가끔 나오는 묻지마 사건이 떠올랐다. 조용히 다른 자리로 갈까. 고민하는 사이 이분 전화 벨이 울린다.

 통화내용이 들린다. "저도 은행에서 그렇게 난리를 피운건 처음입니다." 하면서 시작하는데 은행 창구에서 직원이 자기 순서를 지나치고 무시했다고 한바탕 하신 모양이다. 은행측에서 직접 전화를 준건보니 심각했던 모양이다. 10여분 통화후 어쨌든 안에 쌓였던 것들을 털어낸 모양이다. 통화전보다는 분노게이지가 떨어진 듯 하다.

 누구 잘못인지, 왜 그런 일이 벌어졌는지는 별로 궁금하지 않았다. 다만 본인의 어떤 면을 건드렸길래 주변 사람이 옆에 가기 부담스러울 정도로 된건지, 그 지점은 과연 얼마나 그 사람에게 중요한 것이였는지가 궁금했다. 모두 화를 낼 수 있고 극단적인 모습을 보일 수 있지만 아무때나 그러지 않는다. 그렇게 만드는 상황과 임계치가 있기 마련인데, 경험상 분노를 극단적으로 표출한다고 해서 뭔가 해결되거나 속이 시원해지지는 않았던 것 같다. 오히려 상황과 관계가 틀어지거나 먹먹해지기만 했을뿐.

 화(火). 안에 담고 있으면 내 속이 타고 밖으로 내면 주위가 타는 법. 되도록 안만들고 만들어질만한 조짐이 보이면 피하는게 상책같다. 보살 한분 쯤은 항상 마음 한켠에 두고 살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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