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책을 읽었다

개인주의자 선언

초반 개인주의자에 대한 얘기가 조금 나오다가 이후부터는 부제대로 "판사 문유석의 일상유감" 얘기로 이어진다. 개인주의자 선언이라고 제목 붙인 것에 비하면 살짝 관련없어 보일 정도로 일상유감에 대한 분량이 많다. 개인주의자에 대한 심도있는 고찰 혹은 사회과학서류를 기대한다면 김빠질 수도 있겠다.

하지만 "개인주의자" 개념에 대한 설명, 우리나라에서 "개인주의자"로 살아가는 것이 왜 필요하고 중요한지에 대한 통찰은 예리하고 인상적이다. 대체로 공직에 오래 있거나 법조계에 몸담고 있는 분들을 떠올리면 그네들의 말, 혹은 글은 고루하거나 재미없을 것 같다. 판사라고 하니 더욱 반신반의했으나 글을 잘 쓰신다. 거기에 대한민국 집단주의 문화 폐해에 대한 다양한 케이스들을 판사의 시선으로 현장감 넘치게 담았다.

현재 우리는 저성장이 고착화되고 갈수록 소득 격차가 커지며 삶의 만족도는 떨어지는 시대에 살고있다. 분명 경제적 수치는 선진국임이 틀림없고, 건국이래 대한민국이 세계에서 지금처럼 잘나간 적이 없었다고 하는데 헬조선 타령은 담론이 됐고 단순한 투정으로 볼 수 없는 지경이다. 저자는 그 이유중 하나를 집단주의로 꼽고 대안을 개인주의라고 제시한다.

"개인의 행복을 위한 도구인 집단이 거꾸로 개인의 행복의 잣대가 되어버리는 순간, 집단이라는 리바이어던은 바다괴물로 돌아가 개인을 삼킨다. 집단 내에서의 서열, 타인과의 비교가 행복의 기준인 사회에서는 개인은 분수를 지킬 줄 아는 노예가 되어야 비로소 행복할 수가 있고 그렇지 않으면 영원히 사다리 위로 한칸이라도 더 올라가려고 아등바등 매달려 있다가 때가 되면 무덤으로 떨어질 뿐이다. 행복의 주어가 잘못 쓰여 있는 사회의 비극이다."

"나는 우리 스스로를 더 불행하게 만드는 굴레가 전근대적인 집단주의 문화이고, 우리에게 부족한 것은 근대적 의미의 합리적 개인주의라고 생각한다. 글로벌한 신자유주의 체제가 만악의 근원이라며 대안을 얘기하는 이들을 볼때마다 떠오르는 의문은 이거다. 도대체 우리 사회가 신자유주의 이전에 구자유주의라도 제대로 해본 적이 있는 사회일까? 자본주의 후 대안을 모색하기 전에 제대로 된 자본주의라도 해본 적이 있나? 근대적 의미의 개인을 존중해본 경험없이 탈근대 운운하는 것은 시대착오 아닐까?"

"개인이 주체로 서야 타인과의 경계를 인식하고 이를 존중할 수 있고, 책임질 한계가 명확해지며, 집단 논리에 휘둘리지 않고 자기에게 최선인 전략을 사고할 수 있다. 우리가 서구에서 수입한 민주주의는 바로 이런 개인들을 전제로 성립되어 있다." 

"수직적 가치관이란 사회 구성원들이 추구하는 가치가 획일화되어 있고, 한줄로 서열화되어 있다는 뜻이다. 학벌, 직장, 직위, 사는 동네, 차종, 애들 성적... 삶의 거의 모든 국면에서 남들 눈에 띄는 외관적 지표로 일렬 줄 세우기를 하는 수직적 가치관이 지배하는 사회에서 완전히 행복할 수 있는 사람은 논리상 한 명도 있을 수 없다. 모두가 상대적 박탈감과 초조함, 낙오에 대한 공포속에서 사는 사회다."

"남들 눈에 비치는 내 모습에 집착하는 문화, 집단 내에서의 평가에 개개인의 자존감이 좌우되는 문화"

사회폐단들은 대부분 장시간동안 고착화 된 것들이라 단시간내에 뜯어 고칠만한게 없다. 집단이 뭘 해주거나 바뀌는걸 기대하진 않는다. 다만 앞으로 우리 사회가 각자 가치를 두고 중요하게 여기는 것들이 다양지고, 서로 그것들을 비교하기보다는 그대로 존중했으면 좋겠다. 그렇게 되면 저자가 언급한대로 구성원들이 추구하는 가치가 다양해지고, 줄세우는 것도 무의미해지고 남 눈치 보는 일도 적어질 것이다. 

그려려면 정치나 제도, 구조 탓을 하기 전에 개인주의자임을 선언하고 행동하는 사람들이 많아져야한다. 선동도 필요하다. 그런 훌륭한 선동을 젊은 세대들에게 잘 해준 분이 해철이 형이였는데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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