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기심, 관심사

위기 그리고 사람들


회사가 매각됐다. 관련 설명회가 있으니 참석하라고 문자가 왔다. 보통 전체행사가 있으면 강당 앞자리에 의례 임원진들 자리를 비워놓는데 오늘은 그런거 없다. 시작 15분 전쯤 만석이다. 임원들도 좌석 옆 복도에 중간중간 끼여서 간간히 까치발에 목을 빼가며 행사를 지켜본다. 

사회자가 "XXX님을 연단으로 모시니 모두 힘찬 박수 부탁드립니다" 라고 말하며 시작한다. 분위기 파악이 안되는 건지, 눈치가 없는건지. 마케팅 부서에서 일한다던데 저렇게 무감각해도 되나 싶다.

임직원에게는 왜 선택권이 없냐. 어떻게 이렇게 일방적으로 진행할 수 있냐. 인수회사에만 좋은 조건이지 이 가격에 팔면 넘어가는 인력들 대우를 제대로 해주겠냐. 매각 딜 취소/연기 안되냐. 등등... 성토가 이어진다.

이사회에서 이미 결정난 것은 루비콘강을 건넌거나 마찬가지지만 그래도 반응은 다양하다.
  1. 이건 아니다. 이러면 안되는 거다. 현실 부정형
  2. 난 동의한적 없다. 민법상 동의가 어쩌고.. 민주적 절차 타령형
  3. 어떻게 내게 이럴수가 있냐. 배신감 성토형
  4. 위로금, 임금, 복지, 고용승계는? 현실추구형

 직원들의 질문에 대답하는 윗분들. 가만보니 매각 실무작업을 진행하는 사람들이다. 매각 의사결정에 관여하거나 영향력을 행사한 사람들이 아니다. 결과를 직원들에게 전달하고 반발을 무마하는 역할을 맡았을 뿐 이분들께 떼써봤자 소용없는 일이다. 계속된 반발에 마이크를 잡은 한 임원이 울컥하는 순간도 있었다. "나라고 하고 싶었겠냐, 할 수 있는게 없다" 라는 억울함과 무력감이 목구멍까지 차올랐던게 분명하다.

 세상에 아름다운 이별이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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