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기심, 관심사

논픽션의 힘

# 생각
어느 조직이나 기업,개인에 대한 이야기가 어떤 식으로든 이해관계와 엮이게 되면 소설이나 개그라도 그냥 넘어가기 어렵다. 당사자는 사실관계와 관계없이 언급된대로 피해를 입는 경우가 많다. '선동은 문장 한 줄로도 가능하지만, 그것을 반박하려면 수십장의 문서와 증거가 필요하다. 그리고 그것을 반박하려고 할 때면 사람들은 이미 선동당해 있다." 라는 괴벨스의 말도 있다. 그렇다고 민감한 사항에 대해서 100% 완벽한 증거를 갖추기 전까지는 논픽션을 쓰는것이 안된다면 문학이란 장르는 더욱 건조하고 재미없어 질 것이다.
 그냥 모두가 더 여유가 있었으면 좋겠고, 소설과 사실을 판단할 수 있는 건강한 지력이 있으면 좋겠다. 상상하여 꾸미는 사람과 그 대상인 사람, 밖에서 지켜보는 사람 모두 소설은 소설이지 사실은 아니다 라는 인식이 있으면 심각하게 받아들이거나 반응하는 경우는 줄지 않을까 싶다.



미국의 여성 해양생물학자 레이철 카슨은 1958년 조류학자 친구로부터 'DDT로 새들이 죽어간다'는 내용의 편지를 받았다. DDT는 당시 세계보건기구가 말라리아 퇴치를 위해 권장할 만큼 완벽한 살충제로 인정받고 있었다. 개발자는 노벨상도 받았다. 편지를 읽은 카슨은 워싱턴 도서관에 틀어박혀 자료를 뒤졌다. 폐렴, 악성종양, 십이지장궤양으로 고통 받던 때였다.

4년 후 살충제의 위험성을 고발하는 논픽션 '침묵의 봄(Silent Sprint)'이 세상에 나왔다. 이 책은 출간 직후 맹반발에 부딪혔다. 살충제 덕분에 풍작을 누리던 농업계는 "해로운 것은 살충제보다 카슨"이라고 공격했다. "살충제가 없어서 입는 피해가 수백배 클것"이라는 이들의 항변은 당시 현실적이었다. 세계의 많은 사람이 미국의 잉여 농산물 덕분에 목숨을 부지하고 있었다. 한국도 그랬다.


그래도 카슨을 이기지 못했다. '흡수된 살충제가 대부분 신체 장기에 축적된다'는 주장은 '사실(fact)'로 보여줬기 때문이다. 죽음의 들판을 '침묵의 봄'으로 묘사한 문학적 감수성까지 사실에 결합하자 세상은 와글거렸다. 카슨은 2년후 암으로 세상을 떳다. 하지만 그의 책은 7년 후 미국에서 국가환경정책법을 만들었고, 10년 후 DDT를 추방했다. 이때부터 환경은 인류의 양보할 수 없는 가치로 뿌리내렸다.

미 역사 저술가 카네스 데이비스가 꼽은 '미국을 들썩이게 한 여섯 권의 책'은 '톰 아저씨의 오두막'을 제외한 다섯 권이 논픽션이다. '침묵의 봄'과 함께 존 허시의 '히로시마'도 포함됐다. 원폭 투하 8개월 후 석 달 동안 현장을 돌며 생존자 6명이 겪은 체험을 3만 1000단어로 정리했다. 원폭 투하의 이유와 책임을 묻는 서설은 담지 않았다. 변화한 삶만 담았다. 불과 90쪽짜리로 출간된 그의 책음 300만부가 팔려나가면서 반핵운동의 역사를 열었다.

벨라루스의 논픽션 작가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67)가 올해의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논픽션 작가의 수상은 이례적이라고 한다. 그의 작품 '체르노빌의 목소리'는 10여년에 걸쳐 100명이 넘는 원전 사고 경험자를 인터뷰한 역작이다. 주제 의식에서 허시의 '히로시마'를 잇는다. 그는 인터뷰에서 "리얼리티는 언제나 자석처럼 나를 매료시켰다"고 말했다. 논픽션이 종종 픽션보다 큰 반향을 일으키는 것은 사실을 통해 진실에 다가가기 때문이다. 강렬한 집념이 밝혀낸 사실은 어떤 화려한 문장보다 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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