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기심, 관심사

정부 의존증

 사회적 이슈가 되는 사건이 발생하면 여론이 들끓고, 정치권 또한 한몫 거들면서 불을 지펴 정부의 책임론을 부르짖는다. 그러다가 몇일 지나면 대책을 세우네 마다 하다가 한 일주일 지나면 미디어에서 사라진다. 여기에 여론에 편승해 정의감에 불타는 의원 몇명이 급조로 입법을 하기도 한다. 보통 이런 과정을 거쳐 세우는 대책들을 보면 조직을 새로 만들거나 예산을 투입하는 식이다. 하지만 과연 법이 없어, 예산이 없어, 담당자가 없어, 사건사고가 난것인가 생각해보면 그렇지도 않다. 

 애초에 정부는 그런 일에 적합한 조직도 존재도 아닌 것인데, 상투를 잡고 멱살을 잡고 이거 내놔 저것 내놔 흔들어 대는 격이 아닌가 싶다. 그냥 있는 법이라도 제대로 시행하고, 위반시 제대로 처벌해도 각종 사건이 반 이상은 줄지 않을까. 많은 걸 바라지 않는다.



출처 : http://www.freedomsquare.co.kr/2942#.VWXFWrntmko


정부는 만능 해결사가 아닙니다.


  지난해 세월호 사고가 난 이후 국회의원 몇 명이 미국의 어느 지역 항만청을 방문했다고 합니다. 의원들은 해운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정부가 어떤 조치를 취해야 하는지를 살펴보려 했습니다. 그러나 미국 측으로부터 “정부가 특별히 하는 일이 없다”는 실망스런 답변만 듣고 아무 성과 없이 발길을 돌려야 했습니다.

  멀리 외국에서 찾아온 손님들을 너무 무성의하게 대한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미국 관리들은 할 말이 별로 없었을 것입니다. 미국 정부는 해운회사들이 안전 규정을 제대로 지키는지를 일일이 검사하고 감독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대신 사고가 나면 원인을 조사해 기업의 과실이 드러나면 징벌적 벌금을 부과하는 등 무거운 책임을 묻는 게 일반적입니다.



  작년에 국내 신용카드 회사들에서 1억 건이 넘는 고객 정보유출 사고가 터지자 금융당국은 카드회사들에게 사고 수습을 위한 지침을 내리고 수시로 진행 상황을 점검하면서 사고 재발 방지를 위한 종합대책까지 마련하는 등 바쁘게 움직였습니다. 반면 미국 소매업체인 타겟 등에서 비슷한 사고가 터졌을 때는 미국 정부가 한 일이 거의 없습니다. 대부분 법 규정에 따라 책임을 묻는 것으로 끝났습니다.


  우리나라에선 정부가 맥가이버 같은 만능 해결사인 것처럼 생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정부가 모든 문제에 대해 완벽한 기준을 세우고 철저히 관리-감독해 사고가 일어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인식이 퍼져있습니다. 무슨 일만 나면 정부의 책임부터 따지고 성토하면서 신속한 대책 마련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집니다. 그러다 보니 정부도 여론의 압박에 떠밀려 필요 이상의 조치를 취하며 과잉 대응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역대 정부가 규제 개혁을 추진해 왔지만 별 성과가 없는 것은 이와 관련이 있습니다. 세월호 사고 이후 안전 관련 규제가 대폭 강화되고, 고객정보 유출 사고 때는 보안 관련 규제가 크게 늘어나듯이 문제가 생길 때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새 규제를 도입하는 바람에 규제 개혁이 흐지부지되기 일쑤입니다. 이를 두고 어느 장관은 ‘규제 평잔(平殘) 불변의 법칙’이라고 꼬집기도 했습니다. 정부가 규제 개혁에 열심인 것처럼 보여도 길게 보면 규제 총량이 거의 변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레이건 전(前) 미국 대통령은 취임 연설에서 “정부는 우리 문제의 해결책이 아니다. 정부가 문제다”라고 했습니다. 민주당 정권은 이 말에 절대 동의하지 않겠지만 그래도 유럽 등 다른 선진국들과 비교해 미국 정부의 역할은 훨씬 제한적입니다. 미국은 어느 나라보다 민간 부문의 비중이 크고, 민간의 자율과 책임을 중요시하는 나라입니다.

  금융위기 이후 미국 경제가 ‘나 홀로 회복’의 성과를 내고 있는 저력이 여기서 나온다고 할 수 있습니다. 미국의 경제 회복 과정에서 연준(Fed)의 과감한 양적 완화 정책과 함께 제조업 유턴(U-turn) 지원을 비롯한 정부 정책의 역할이 적지 않았던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다른 선진국들 역시 대부분 미국보다 더 적극적인 경기 부양책을 폈습니다. 미국 정부의 정책에서 다른 나라보다 더 특별한 점을 찾아볼 수는 없습니다.



  미국 정치권과 정부가 경제 발목을 잡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행정부와 의회, 민주당과 공화당이 국가 채무 한도 조정과 연방정부 예산안 처리, 건강보험 개혁 문제 등을 놓고 사사건건 충돌하는 바람에 미국의 국가 신용등급이 하락하는 등 위태로운 순간이 적지 않았습니다. “미국 정치는 운전자 없는 자동차가 가드레일 없는 도로를 질주하는 것 같다”는 비판이 있을 정도입니다.


  그런데도 미국 경제가 흔들리지 않고 금융위기의 여파에서 홀로 빠져나올 수 있었던 것은 전적으로 민간 부문 덕분입니다. 전세계 젊은 인재들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이고 있는 실리콘밸리 창업시스템과 민간 기업들의 창의적 혁신이 미국 경제를 떠받치는 가장 큰 힘입니다. 경제에 대한 정부의 영향력과 규제가 상대적으로 적고, 그래서 경쟁력 있는 기업만 살아남을 수 있는 시장경제 원리가 작동하고 있는 게 미국 경제 회복의 원동력입니다. 정부가 아니라 애플-구글-페이스북-아마존-우버-에어비앤비 같은 기업들이 미국 경제를 살려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 경제의 가장 시급한 과제도 민간 부문의 활력을 되살리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정부도 노력해야겠지만 민간 부문에서도 자율과 경쟁, 책임의 원칙에 대한 인식의 전환이 있어야 합니다. 정부에 대한 과도한 의존과 기대, 정부의 문제 해결 능력에 대한 과신(過信)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것입니다. 정부가 경제 살리기에 더 적극적으로 나서도록 하는 게 아니라 반대로 정부의 역할을 축소시킬 방안을 찾는 게 우리 경제의 미래에 더 나은 길이 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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