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기심, 관심사

"이메일 실명제의 기억"을 읽고

신문기사의 마지막을 보면 담당 기자의 이메일 표기되있다. 임정욱 스타트업 얼라이언스 센터장(당시 조선일보 경제과학부 기자)의 아이디어로 조선일보에서 처음 시작했다고 한다. 

"사장실이 내놓은 아이디어에 편집국장은 반대했다. “뉴욕타임즈도, 아사히신문도 안하는 것을 왜 우리가 먼저 할 필요가 있냐”는 것이다. 사실 그때 모든 기사에 기자이메일주소를 집어넣은 언론은 내가 알기로 세계 어디에도 없었다. IT관련기사 정도에 제한적으로 독자제보를 위한 이메일주소를 공개했을 뿐이다.  그런데 사장실장은 내 아이디어를 지지하고 밀어주셨다. 사장을 설득하고 편집국장을 설득해냈다. 방상훈사장은 한술 더 떴다. 아예 신문지면에도 이메일주소를 모두 표기하자고 했다....
당시는 지금처럼 이메일이 일반화되어 있지 않은 시대였다. 인터넷조차 안써본 사람이 많았다. 선배기자들중에는 이메일을 쓸 줄 모르는 사람도 많았고 아예 이메일주소를 발급받지도 않은 경우도 많았다. 그런데 이메일주소를 모든 기자이름에 붙이자는 것은 파격적인 아이디어였다. 실장이 그 자리에서 “그게 무슨 필요가 있냐”며 묵살했어도 사실 아무 불만이 없었을 것이다. 그런데 의외로 “그거 좋은 아이디어다”라고 받아주셨다. 그리고 밀어주셨다."


내가 경험한 조직들은 과연 어땠을까. 경험이 적거나 젊은 직원들도 의견개진을 자유롭게 할 수 있고, 의견을 말하는데 불편함을 느끼지 않는 문화였을까? 그리고 그런 의견들이 실행되는 과정은 순탄했나?

현재 몸담고 있는 조직을 이야기 하자면 의견개진은 자유롭고 꺼리낌없는 편이다. 다만 아이디어가 실행단계까지 가려면 거쳐야 할 단계들, 설득해야 하는 주요 의사결정자들이 많다는 점이다. 어떤 조직이나 비슷하겠지만 규모가 있는 기업일 수록 정도는 심할 것이라고 생각된다.

어떤 아이디어를 기획하면 반드시 설득할 상대가 있기 마련인데, 설득을 상대의 행동변화를 이끌기 위한 권유라고 봤을 때 댄로암의 "쇼앤텔" 에 따르면 권유에는 두가지 방식이 있다.

첫번째. "하드볼" 방식. 상대방과 대립하는 구도로 이뤄진다. 해결책이 제한적이거나 모 아니면 도식일 때. 한쪽만 일방적으로 이기는 싸움과 같다. 내 아이디어가 이렇게 좋은데 안 받아들여? 어디 한번 해봐. 다 때려줄테다.

두번째. "소프트볼" 방식. 나와 상대방 모두 다양한 옵션을 지니고 있으며 서로 협력할 때 효율이 올라간다. 경기가 끝난 후 모두 기분이 좋다. 서로 눈높이와 수준에 맞춰주며 자연스럽게 해결책을 따르게 되는 방식. 


 아이디어를 내고 구체화하는 단계는 팀내부에서 주로 "소프트볼" 방식으로 진행된다. 이것 저것 입혀가며 분위기 좋다. 하지만 실제 아이디어를 실행할지 말지 결정하는 단계로 가서부터는 "하드볼" 방식이다. 그런건 전례가 없다. 남들도 안하는데 우리가 왜 해야 하냐. 관련 내/외부 인력에게 언제 다 전파하고 이해시키냐. 그게 ROI가 나오냐 등등. 묵살당할 수 있는 이유들이 너무 많다. 오디션 경연마냥 심사위원들을 압도하지 못하면 탈락하기 일수다.

 회사생활 초반엔 우리 아이디어를 몰라주는 조직을 탓하기도 했지만 지나고 보니 느낀 점이 생겼다.
- 조직은 원래 그렇다는 점. 전혀 실망할 필요 없다.
- 스스로 바꾸는 것도 어려운데 남을 바꾸기는 어렵다. 특히 조직은 이리 저리 엮인게 많아 변화에 대한 저항이 크다. 
- 어떤 설득이나 권유를 할 때 이게 왜 필요한지 구구절절 설명하는 것보다 얼마만큼 이득을 가져오거나, 리소스를 절감하는지, 몇 스텝이 줄어드는지 수치화해서 들이 미는게 효과적이라는 것.
- 청중들이 어떤 사람인지, 관심사는 무엇인지, 이해 수준은 어느정도 되는지 파악 후 적합하게 내용 작성하는게 필요
- 내용을 발표하기 전과 들은 후 보는 사람들의 상태가 어떻게 변화했으면 하는지를 그려놓고 스토리를 짜야 한다는 점.

앞으로 회사 다닐 날이 다녔던 날보다 적어진 이 시점에 앞으로 "이메일 실명제" 같은(?) 흔적 하나 정도는 나도 남겨야하지 않겠는가. 내가 못남기더라도 같이 일하는 어린 친구들이 있다면 그들의 아이디어가 업적이 될 수 있게 밀어주는 선배가 되야겠지.


,
  [ 1 ]  

최근 댓글

최근 트랙백

알림

이 블로그는 구글에서 제공한 크롬에 최적화 되어있고, 네이버에서 제공한 나눔글꼴이 적용되어 있습니다.

태그

링크

카운터

Today :
Yesterday :
Total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