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기심, 관심사

젊은 그대 '작은 연못의 큰 물고기'가 되라


사람은 한양으로, 말은 제주도로 보내라는 옛말이 있다. 큰물에서 놀아야 안목도 높아지고 배울 것이 많다는 말이다. 그래서 그런지 대한민국의 인재들은 서울 소재 직장을 선호하는 반면 지방 근무를 기피하며, 대기업만 치열한 취업경쟁이 일어나고 중소기업은 인재난을 겪고 있다. 과연 큰 연못의 작은 물고기가 되는 것이 좋을까? 아니면 작은 연못의 큰 물고기가 되는 것이 길게 볼 때 도움이 될 것인가?


이 질문에 답하고자, 싱가포르 대학의 공지에 교수는 1992년부터 2002년까지 영국 프로축구단에 소속된 선수들이 2012년까지 이룬 커리어를 분석했다. 영국 프로 구단은 최고 수준을 자랑하는 프리미어 리그부터 여러단계 하위 리그가 있어 리그별로 치열한 경쟁을 벌인다. 예를 들어 프리미어 리그에서는 매년 성적이 나쁜 세 팀은 하위 리그로 전출되고, 하위 리그 중 세 팀은 상위 리그로 진입하게 된다. 통상 구단이 프리미어 리그에서 하위리그로 강등되면 광고 수입이 40%나 감소하는 재정난을 겪게 되고, 따라서 선수 영입에 쓸 돈이 줄어들어 새로 영입하는 선수들의 역량이 평균적으로 낮아진다. 프리미어 리그에 남고 싶은 선수들이 다른 팀으로 떠나기도 한다.


반면 하위 리그로 강등된 팀에 그대로 남아 있는 선수들은 오히려 과거보다 출장할 기회가 많아진다. 과거 팀이 프리미어 리그 소속일 때 스타 선수들에게 가려 벤치만 지키던 선수들은 팀이 하위리고로 강등되자 첫 해에 출장률이 7.5% 포인트 높아진다. 출장률 증가는 선수들의 실전 능력을 향상시키는 효과가 있다.

이를 더 정확하게 측정하기 위해, 상위 리그에서 아쉽게 탈락한 팀과 간신히 턱걸이한 팀에 소속된 선수들의 이후 10년 경력을 비교하였다. 예를 들어 프리미어 리그의 3등과 4등은 간발의 차이이므로 이 두 팀은 사실상 동일한 수준으로 보아도 좋다. 이 두 팀중 매년 전출되거나 새로 영입하는 선수를 제외하고 남아 있는 선수들의 10년 후 커리어를 보면, 하위리그로 강등된 팀에 남아 있는 선수들은 간신히 턱걸이한 팀에 남아 있는 선수보다 이후 10년 동안 상위 팀으로 영입될 확률도 높아지고 연봉도 30~50%나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난다. 즉 팀이 하위 리그로 전출되는 것이 소속 선수들에게는 오히려 출장 기회를 늘려줘 실력을 향상시키는 기회가 되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효과는 오직 24세 이하 젊은 선수들에게만 나타난다. 25세 이상으로 다소 나이가 많은 선수들은 팀이 하위 리그로 전락할 때 오히려 상위 리그로 옮겨갈 기회가 줄어들고 연봉도 더 낮아진다.

이 연구는 경영자의 경력 관리에 중요한 함의를 갖고 있다. 즉 나이가 젊을수록 큰 연못의 작은 물고기가 되기보다는 작은 연못의 큰 물고기가 되라는 것이다. 큰 조직의 말단에서 허드렛일만 하면 실무 능력이 떨어져서 장기적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낮아진다. 오히려 작은 조직 또는 중소기업에서 풍부한 실전 경험을 쌓는 것이 장기적인 경력 관리에 유리하다. 장차 CEO로 성장하고자 할수록 젊었을 때부터 해외근무를 자원하는 것이 좋다. 왜냐하면 해외 법인이 본사보다 규모가 작고 직급에 비해 더 많은 권한을 갖기 때문이다. 또한 대기업만 선호하기보다는 중소기업에서 실무를 배워 창업하는 것도 좋은 전략이다.

한편 기업 처지에서는 어떻게 직원들의 실전 경험과 역량을 높일 것인가를 고려해야 한다. 대기업일수록 신입 사원부터 독자적 의사결정을 할수 있는 지위에 오르기까지 수많은 세월을 기다려야 한다. 이는 마치 프리미어리그 팀에 들어가 벤치만 지키는 선수와 유사하다. 프리미어 리그 팀들은 이런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위 리그팀과 제휴해서 자기 선수를 빌려준다. 그러면 선수들도 출장기회가 많아져서 경험을 쌓을 수 있어서 좋고, 하위 리그 팀도 자질이 우수한 선수를 낮은 비용으로 활용하므로 좋다. 긱업은 젊은 직원들만으로 구성된 작은 프로젝트 팀을 만들어줘 전권을 쥐어주는 방법이 있고, 유능한 직원일수록 더 어려운 도전 기회를 많이 만들어 주는 것도 미래의 CEO를 키우는 한 방법니다.

작은 연못에서 시작해서 점점 큰 연못으로 옮겨주면 이들은 결국 큰 연못의 큰 물고기가 될 것이다. 유능한 CEO 는 갑자기 하늘에서 떨어지지 않는다. 미래의 CEO를 양성하는 것도 CEO 의 중요한 임무 중 하나다.


# 사족
왜 대부분 뱀의 머리보다 용의 꼬리가 되고 싶어할까? 어쨌든 큰물에서 놀아보고 싶고, 그래도 나는 용이다라는 것을 과시하고 싶고.. 하지만 남들에게 비치는 나, 조직내에서 나와 내가 바라는 나 사이에 갭, 미스매치가 클것이며, 머리보다는 상대적으로 역량 발휘나 조직 리딩의 기회가 적을 수 밖에 없다. 결국 넌 어디에 있고 싶으냐라는 것보다 어떤 일과 역할을 하고 싶으냐라는 것에 포커스를 두는 것이 핵심이다. 꼬리에 있던 머리에 있던 기나긴 커리어의 과정일뿐 .

이 주제를 풀어나가는 글들이 대부분 대기업 vs 중소기업 식의 예를 천편일률식으로 드는 경우가 많았는데, EPL 리그 데이터를 가지고 이야기를 푼 것은 신선한 접근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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