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책을 읽었다

레고 어떻게 무너진 블록을 다시 쌓았나


 어렸을 때 레고세트를 가지고 노는 친구가 있으면 그 친구 집은 잘 사는편이였다. 초등학교 저학년때쯤 번듯한 아파트에서 사촌네 집을 가면 레고가 있어 자주 가지고 놀았던 기억이 난다. 설명서도 딱히 필요없었다. 누가 가르쳐주지 않아도 본능적으로 완성품 그림대로 블록들을 껴맞췄다. 

 조립 방법을 가르칠 필요가 거의 없고, 블록들만 있으면 마음대로 만들 수 있다는 것이 레고의 큰 장점이다. 레고에는 자극적이거나 폭력적인 요소가 적어 부모님들도 우호적이다. 아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사업, 특히 놀이, 교육쪽은 수요가 비교적 탄탄하고 시장 변화도 심하지 않아 기업 역사도 무난할 것이라 생각했으나 의외로 역사도 길었고 시도한 사업도 다양했다.

 우상향 성장에 익숙하던 레고에 90년대 말 위기가 찾아온다. 비디오게임과 미디어를 선호하는 아이들. 만료된 블록 특허. 포트폴리오, 비용증가 등 내외부적 불안요소는 커졌고 급기야는 외부 전문경영인을 영입한다. 이후 여러가지 나름 혁신적인 조치와 시도가 벌어지지만 상황은 악화되었고 결국 레고를 레고답게 만드는 핵심요소와 경쟁력은 블록 조립을 통한 놀이에 있음을 주지해서 일련의 조치를 성공적으로 시도한다.

 요새 위기에 빠진 조직이나 기업의 극복스토리를 다룬 책을 볼때마다 드는 생각이 있다. 그들의 위기 진단, 접근방법, 조치들이 당시 문제를 해결하는데 왜 유효했는지 객관적으로 다루면 좋은데, 시대를 넘나드는 만병통치약인 것 마냥, 진리인 것 마냥 다룰 필요가 있느냐는 것이다. 마치 S사에서 스마트폰 성공에 도취된 나머지 각 계열사, 사업부에 성공 DNA 를 심겠다고 인력과 시스템을 떠밀어 넣는다는 기사가 떠오른다. 결국엔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이면 안된다는 얘기다. 

완벽한 계획과 실행이 반드시 성공을 부르지도 않는다. 어설픈 준비와 시도가 대박을 내기도 하는게 비지니스 세계다. 결과가 모든 것을 말해준다고 하지만 과정을 덮어버리는 우를 범해서도 안된다고 생각한다. 범타이밍과 운, 트렌드, 시장 포지션, 시장 성숙도, 사회분위기 등 제어불가능한 변수들이 너무도 많다.

 위기를 수습하지 못하고 떠난 전임 CEO 가 벌린 변화와 사업들에 대해 긍정적으로 표현한 것이 없다. 하지만 그중 하나라도 만약 대박이 났다면? 모든 평가는 단숨에 반전되지 않았을까.
 
어쨌든 불지른 구원투수 CEO 와 관련 인물들은 마운드를 내려갔다. 이후 소방수 역할을 맡은 신규 경영진들이 시도한 여러 조치들중 인상적인 것들을 꼽자면 User 와 Customer 를 재정의한 것"이라고 하겠다. 그간 사이가 멀어졌던 유통업체와 긴밀하고 수익성 있는 협력관계를 구축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들의 마진을 확보해주고 적시에 물량을 공급하며 균형잡힌 라인업을 제공하는데 촛점을 두는 것에 초점을 맞췄다.

 "2004년 북미 뉴욕장난감 박람회 - 레고 실적을 비판하는 토이로저스 구매담당의 하소연은 마치 "우리가 당신들보다 레고브랜드를 사랑하고 더 잘 안다" 라고 들렸다."

"당신들은 사업의 감을 잃었어요. 더는 업계 정상이 아닙니다." - 레고와 스타워즈 라이센싱 업무를 담당한 루카스필름 측

시장에서 이런 소리를 들을 정도니 사태가 얼마나 심각했는지 상상이 간다. 마치 내가 앞에서 저런 이야기를 지금 막 듣고 목덜미에서 식은땀이 흐르는 느낌이다. 

흔히 많은 이들이 착각하는 것중 하나가 User 와 Customer 가 있다. User 가 넓은 개념으로 Customer 를 포함하는데 User 중 해당 제품이나 서비스를 사용하면서 돈을 지불하는 사람을 Customer 라고 본다. 돈을 내는 사용자에게 집중하고 우선순위를 둬야지. 그렇지 않은 사용자들을 먼저 고려해서 사업을 확장하겠다는 것은 당연히 리스크가 클 수 밖에 없다.

 업체가 딜러 혹은 유통업자를 중간에 두는 사업(Indirect Sales)의 경우 딜러, 유통업자를 Customer 를 봐야한다. 그들이 고객을 더 잘 알다. 그들이 실제 판매를 이끌어낸다. 술집에서 처음처럼을 달라고 해봤자 술집에 참이슬밖에 없다면 ? 고객이 "처음처럼"을 선호하도록 만들었으니 처음처럼은 마케팅에서 승리했다. 하지만 술집 영업에서는 참이슬이 승리했다. 결국 돈은 Customer 인 술집에 집중한 참이슬이 번다.  

 "세계에서 가장 혁신적인 기업은 동시에 절제된 기업이다"

"모든 사람의 이면에 놓인 숫자를 보는 눈, 모든 숫자 이면에 놓인 사람을 보는 눈"

"레고부품 총 14,200 개중 90% 가 단발제품에 사용 => 총 부품수를 50%로 축소 => 자유보다 제약이 있을때 오히려 디자이너/개발자의 창의성이 더 발휘됨"

"새로운 행동방식을 '사고'할 것이 아니라 새로운 사고 방식을 '행동'으로 옮겨야 한다. 행동이 습관이 되어 일하는 방식이 되어 조직의 성격이 바뀐다."

"사람들에게 무엇을 원하는지 물었다면 그들은 아마 더 빠른 말을 원했을겁니다. - 헨리 포드"
  ==> 혁신의 답은 소비자에게서 나오지 않는다. 그들의 욕구를 캐치해서 혁신을 이끌어내야 

"표적집단을 기준으로 제품을 디자인하기는 정말 어렵습니다. 많은 사람들은 우리가 보여주기 전에는 자신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몰라요. - 스티브 잡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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