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 Wanted

해남 달마산 도솔암

무협지에나 나올법한 암자. 처가집 옆동네니 나중에 갈때 들러야겠다. 저곳 전기는 들어올라나...

기타들고 한 6개월 지옥트레이닝하고 하산했으면 좋겠다.



◇전남 해남 달마산 도솔암

바람 소리 한 점 들리지 않는 고요한 산속을 걷고 있는데, 어디선가 목탁 소리가 마음속 문을 두드리듯 다가왔다. 무릉도원에 온 것인지 착각마저 든다. 소리를 쫓아 걷는다. 소리가 점점 크게 들릴 무렵, 바위 사이에 사람 대하는 것이 수줍은 고양이처럼 빼꼼히 고개 내민 암자가 보인다.

도솔암이다. 달마산 도솔봉에 자리 잡아서 이런 이름이 붙었다. 통일신라시대 말 화엄조사 의상대사가 창건한 곳으로 알려졌다. 남부러울 것 없었던 신라의 고승이 굳이 반도의 땅끝에 솟은 산 속에서도 가장 깊고 높은 곳에 암자를 지은 이유는 직접 이곳에 와봐야만 이해할 수 있다. 암자 앞에 서서 주위를 둘러보면 하늘과 딱 붙어 있는 남쪽 바다가 한눈에 성큼 들어온다. 고개만 살짝 돌리면 제멋대로 생긴 것 같지만 뜯어보면 하나하나 매력 있는 미남자 같은 암릉들이 객(客)의 눈길을 붙잡으려고 경쟁하듯 하늘로 뻗어 있는 걸 볼 수 있다. 도솔암 주지 법조 스님도 이곳을 찾는 손님들에게 눈살 찌푸리는 법 없이 웃는 낯으로 맞아준다. 봄철이면 암자 주위에 피는 철쭉꽃은 이 비경의 화룡점정이다. 전설의 중국 선승인 달마의 이름이 이 산에 붙은 것도 이런 풍경 덕분이리라.

드라마 '추노'에서 조선 최고의 무장이었다가 노비 신세가 된 송태하(오지호)가 가장 먼저 도망간 곳으로 나오는 곳이 도솔암이다. 드라마 속 인물이라도, 그가 여기로 도피해 온 절박한 심정이 짐작된다. 삶이 순식간에 추락하는 비극을 겪더라도, 이곳에 앉아 하늘과 바다와 산과 암자를 보고 있으면 모든 고뇌도 잠시 잊힐 것이다. 수다쟁이 작가 알랭 드 보통이 한 말이 새삼스럽게 떠오른다.

"만일 세상이 불공정하거나 우리의 이해를 넘어설 때, 숭고한 장소들은 일이 그렇게 풀리는 것이 놀랄 일은 아니라고 이야기한다. 우리는 바다를 놓고 산을 깎은 힘들의 장난감이다. 숭고한 장소들은 부드럽게 우리를 다독여 한계를 인정하게 한다."('여행의 기술') 이 숭고한 암자와 우리의 삶은 모두 같은 힘들이 낳은 형제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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