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 Wanted

김훈 작가와의 만남


 호화청사라는 말을 처음 쓰기 시작한 곳이 여기가 아니였나 싶다. 용인시청. 예전에는 고속도로가 막혀 국도를 타고 이 앞을 지날때면 이런 엄한곳에 공공기관 건물을 이렇게 으리으리하게 지어놨나 라고 한마디씩 했다. 하지만 지금은 지역주민이 되어 가끔 찾아오는 곳이 된 관계로 옛날에 가졌던 불만은 잊은지 오래다. 시에서 이런 저런 알찬 행사들을 자주 개최해주니 흡족할 따름. 특히 용인시 도서관의 시설과 서비스는 서울이나 수원에 비해 전혀 뒤지지 않는다.  

 김훈 작가를 책보다 그의 문장을 다룬 기사(http://ppss.kr/archives/32393)로 먼저 접했다. 수식을 배제한 간결한 문장으로 김훈 작가를 극찬했던 기사를 접하고 몇달간은 회사 보고서나 블로그 글을 쓸때 의식했던 기억이 난다. 묘사는 생생하게 사실 위주로. 부사, 수동형 피동형은 쓰지 않기 등.

 이분의 팬도 아니고, 책도 안읽어본 상태지만 짧은 시간동안 생김새, 말투, 쓰는 언어를 실제 접해보고 싶었다. 작가와의 만남. 아이돌 팬미팅도 아니고 특별한 주제 또한 없으니 한 시간동안 신변잡기 이야기를 하실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뭐 나쁘지 않다.  

 행사 시작. 진행자가 작가 소개를 하니 불쑥 뒷자리에서 모자를 쓰고 앉아 있던 동네할아버지 같으신 분이 연단으로 올라가신다. 먼저 오셔서 기다리신 모양이다.

 일상. 속세에서의 삶. 깨닫지 못한자의 삶. 주로 다루는 소재라고 한다. 일상과 관찰이란 말을 강조하신다. 60년대 학창시절 이야기를 하시는데 베이비붐보다는 십여년정도 윗세대다. 가난이 일상인 후진국에서 미군부대에서 얻어먹었던 초코렛과 라면맛은 세상은 아름답고 달콤한 곳이구나 라는 걸 느끼게 해줬다고. 아직도 처음 초코렛을 맛보던 그 느낌을 글로 완벽히 표현할 수가 없다고 한다.

 이런저런 신변 잡기 이야기가 한시간 정도 이어졌고 지루할 틈 없이 후딱 끝났다. 자기 주변, 일상, 성찰, 사실과 의견 구분하기 등 머리 속에 남은 단어들이다. 삶은 아름다운 것 이란 말씀을 몇번이고 하셨다. 항시 관심과 관찰을 하니 당연히 생기는게 인간과 인간삶에 대한 애정이겠다.

 누군가의 추천책 질문에 답하신 찰스 다윈 - "비글호 이야기". 19세 찰스 다윈이 27세 선장이 모는 비글호라는 배를 타고 5년여간의 세계일주를 하며 쓴 책이라고 하는데 학생때 읽었지만 아직까지도 가끔씩 읽는 책이라고 한다. 19세 청년이 그 시절에 말그대로 목숨을 걸고 한 모험이야기. 순전히 젊기 때문에 해볼 수 있는 도전. 내가 떠나는 모험도 아닌데 갑자기 가슴이 떨리기 시작한다. 큰 기대없이 행사 왔다가 가슴 설레며 돌아오게 됐다.


'일상 & Wanted' 카테고리의 다른 글

CoffeeSmith 청계천점  (0) 2016.09.20
하남 스타필드 방문기  (0) 2016.09.14
누군가를 배려할때 버려야 할 것들  (0) 2016.09.08
누가 날 알아줄때  (0) 2016.09.01
끼어들기 금지위반  (0) 2016.08.29
,
  [ 1 ]  

최근 댓글

최근 트랙백

알림

이 블로그는 구글에서 제공한 크롬에 최적화 되어있고, 네이버에서 제공한 나눔글꼴이 적용되어 있습니다.

태그

링크

카운터

Today :
Yesterday :
Total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