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기심, 관심사

'빽'이 안 통해야 김영란法이 산다


'부정 청탁 및 금품 등의 수수 금지에 관한 법', 일명 '김영란법'의 일부 내용을 둘러싼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문제점은 앞으로 국회가 고쳐야 할 것이다. 그러나 더 중요한 일은 이 법이 제대로 지켜지게 하는 것이다. 아무리 법을 잘 만들어도 지켜지지 않으면 소용없는 일이다.

이 법의 핵심은 부정 청탁 방지다. 금품을 주거나 접대를 하면 대가성이 없더라도 처벌하는 내용이 부각돼 있지만 그것은 청탁 방지라는 목적을 위한 수단으로 도입한 것이다. 힘 있는 사람에게 술 사주고 용돈 주면서 관계를 맺어오다가 아쉬울 때 청탁하는게 현실이다. 그래서 청탁 자체는 물론이고 청탁의 통로가 되는 평소 유착까지 막으려는게 이 법의 취지다. 법 이름에 '부정 청탁'이 '금품 등의 수수'보다 먼저 나오느느 것도 그 때문이다.

청탁이란 한마디로 '빽'을 쓰는 것이다. 공적(公的)제도와 절차를 따르지 않고 사적(私的)관계를 통해 특혜를 받거나 손해를 피하려 하는 게 청탁이다. 우리는 주변에서 무슨 일만 생기면 사돈의 팔촌이라도 동원해 잘 봐달라고 청탁하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경찰,검찰 조사나 법원 재판을 받게 될 때는 말할 것도 없고, 시청,구청에서 인허가를 받아야 할 때도 그렇다. 교통사고가 나도 경찰이나 보험사에 빽부터 쓰려 하고, 병원 치료를 받으려 할 때도 담당 의사나 병원 관계자를 알 만한 사람한테 부탁을 해놔야 마음을 놓는다.

우리는 왜 그렇게 청탁에 목을 맬까. 혈연,지연,학연을 유달리 중시하는 연줄 문화를 비롯해 여러 요인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요인은 공적 제도와 절차에 대한 불신일 것이다. 공적 제도와 절차란 국회,정당,시청,법원,검찰,경찰,국세청 등의 국가기관이 수행하는 입법, 인허가, 수사, 재판, 세무 같은 기능을 말한다. 이런 국가기관에 대한 우리 사회의 신뢰 수준은 선진국 모임인 OECD 국가들 가운데 늘 최하위권이다. '공무원들로부터 받는 대우가 인맥에 따라 달라진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그렇다'는 응답이 83%라는 조사 결과도 있다. 많은 사람이 빽이 있으면 안 될 일도 되고 빽이 없으면 될 일도 안된다고 여기는 것이다.

이러니 무슨 일만 생기면 연줄에 의지하려 드는 건 당연하다. 보통 사람들은 '법과 원칙만 믿고 두 손 놓고 있다간 나만 억울하게 당할지 모른다'는 불안감과 불신감에서 빽을 찾아 나서고, 기업이나 로펌 등은 전직 고위 관료들을 빽으로 쓰려고 수억, 수십억씩 주고 모셔간다. 노르웨이,스웨덴,핀란드처럼 공적 제도와 절차에 대한 신뢰가 높은 국가일수록 부정부패가 없다는 연구 결과가 수없이 많다.

김영란법이 시행되면 당장은 청탁과 접대를 하기가 어려워지긴 할 것이다. 그러나 너도나도 연줄에 의지하려 드는 지금 상태에선 이 법을 지키는 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어떻게든 새로운 편법을 만들어내 법을 피해 가려 할 것이다.

김영란법이 제대로 지켜지려면 먼저 국가기관이 수행하는 공적 제도와 절차에 대한 신뢰 수준을 높여야 한다. 빽을 쓰지 않는다고 억울하게 당하지 않고 빽을 쓴다고 부당한 혜택을 볼 수도 없다는 것을 국민이 믿을 수 있게 해줘야 한다.




# 사족
언제나 그렇듯 문제는 항상 선의로부터 시작한다. '김영란법'의 취지는 공직사회의 부정부패 방지다. 하지만 법안을 보면 취지와는 무관한 문제가 수두룩 하다. 
1. 부정청탁의 정의
 부정청탁에대한 정의가 애초에 불분명했다. 그러자 국회는 15개로 정했다. 
 따라서 대한민국 공직사회의 부정청탁은 15가지만 존재하게 됐다. 
2. 금액과 대가성 여부관련
 100만원 기준이나 죄질은 금액과 꼭 상관관계가 있는것은 아니다. 또한 대가성 여부와 상관없이 무조건 처벌하는 것은 일상관계를 형법으로 멱살잡이하며 무리하게 끌고간 느낌이다. 악용소지 또한 우려스럽다.
3. 적용대상 및 위헌성
 거의 전국민의 1/3 수준이며, 공직자에서 선출직은 빠졌고, 민간범위도 들쭉날쭉이다. 
 친인척도 배우자로 한정했고, 금품수수 사실을 알고도 신고하지 않으면 처벌토록 되어 있어 불고지죄 및 연좌제 위헌소지가 있다.




대부분 정치, 사회 이슈를 보면 법이 없어서 생긴 문제라기 보다는 법망이 허술하거나 법을 지켜야할 구성원의 도덕적 해이가 원인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부정청탁을 하는 근본원인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목적을 달성하는 것을 능력으로 취급하고 미덕으로 여기는 문화가 아닐까 싶다. 근저에 깔린 인식이 그렇다보니 관련 부정행위에 대한 죄의식도 낮고, 준법정신은 희미해졌다. 이렇다보니 빽을 자청하거나 찾아 헤메는 상황이 횡행한 현실이다. 공적 제도와 절차에 대한 신뢰가 높은 국가가 부정부패가 없다고 한다. 여론에 쫓긴 막가파식 법안을 만들어 적용하는 것이 능사가 아니다. 개개인의 가치관 변화를 통해 정직한 사람이 손해보는 듯한 느낌을 받는 사회분위기가 서서히 바뀔때, 바로 부정에 대한 근본 치유가 시작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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