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반도체 패전
"일본 반도체 산업은 왜 쇠퇴했을까? 세계시장 점유율 80%를 차지하고 있던 DRAM 에서 철수하게 되었을까?"
일본 반도체 업계가 패한 이유는 한마디로 "과잉 기술로 과잉 품질 제품을 만든 나머지 이익이 나지 않아서" 라고 할 수 있겠다. 메인프레임을 위시한 대형 컴퓨터에 들어가는 고사양, 고품질의 제품을 만들며 90년대 초까지 반도체 시장을 장악했지만, 퍼스널 컴퓨터 시장이 도래하면서 일본 반도체 업체들은 가격 경쟁력을 상실한다.
팔릴 제품을 보다는 최고의 제품을 기획하는 프로세스, 기술을 최우선으로 중시하는 풍토 등이 문제였다고는 하나. 더 심각했던 것은 반도체 업계 스스로가 기술력은 최고라는 자만에 빠져있을 뿐만 아니라 스스로 본인의 병이 무엇인지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단순히 코스트에서만 졌다는 것은 잘못이다. 코스트와 기술은 별개가 아닌 것이다.
이후 2000년대 들어와 위기를 타개하겠다고 업체간 컨소시엄, 합작업체를 만든 것. 통합후에도 서로 다른 기술과 조직문화로 인해 발생한 부작용. 잘나갈 때 만들어놓은 특허로 실제로 개발하는 대신 한국, 대만등 후발주자에게 로열티를 받으며 안주한 점 등, 상황은 어렵게 돌아갔다.
책을 읽은 후에도 풀리지 않는 의문으로 남는게 하나 있다면 "높은 코스트의 제품을 그것도 회사가 망할 때까지 왜 만들어댔을까?", "이런 제품을 바깥에서 팔고 있는 마케팅 부서는 아무런 피드백을 하지 않았나?" 하는 점이다. 생각해보면 이런 의문점도 사후편향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원인이야 일본 특유의 조직문화나 기술을 대하는 자세, 우월한 기술력, 프라이드 등 여럿 꼽을 수 있겠지만, 미리 알았다고 한들 대세를 거스를 수 있었을까?
앞으로 우리는 IoT, 스마트카, 인공지능 등을 위시한 4차 산업혁명을 앞두고 있다. 무어의 법칙이 깨졌다고는 하지만 반도체가 필수인 디바이스들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고 아시아, 신흥국 중심으로 성장 여력은 충분하기 때문에 반도체 산업의 미래는 여전히 매우 밝다. 지금 삼성전자, 하이닉스 반도체가 잘 나가고 있다고는 하지만 요소기술, 코어장비 등 핵심은 대부분 일본업체에 의존하는게 현실이다. 사실 일본이나 되니까 패전이라고까지 요란을 떨고 분석하고 엄살을 부리는게 아닌가 싶다. 최근 소프트뱅크는 ARM 社 를 35조에 인수했다. 같은 업종은 아니지만 부동산에 10조를 투자한 한국 자동차 업체가 떠오른다. 우리는 과연 멀리 보고 있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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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서는 인터넷을 통해 뽑기 기계를 이용
PC 나 스마트폰을 통해 원하는 기계를 골라 뽑기를 한다?
유흥가나 시내를 돌아다니다 눈에 뜨여서 동전을 넣고 심심풀이로 한두번 해본 경험은 있다. 그런데 인터넷을 통해 기계앞에 가지 않고도 뽑기를 할 수 있다니... 일본은 마니아 나라답게 이런 수요도 탄탄한가보다. 취급하는 물건도 다양하고, 히키코모리의 원조나라니 방구석에 틀어밖힌 사람들 돈까지 뽑아낼 수 있겠다.
사이트에서 회원가입을 하고 포인트를 충전해서 기계를 골라 하는 방식이다. 뽑은 상품들은 포장해서 택배로 보내줘야 하니 운영시간은 정해져 있다. NetCatcher(https://netch-jpn.com/)의 경우 평일엔 10~18시, 주말, 공휴일은 24시간.
우리나라에서는 사행성 게임으로 분류되어 이 사업은 불가능할 것 같다. 기존 뽑기기계 유행도 한풀꺾여 수요도 없을 테고. 하지만 아이디어는 유효하다. 기존에는 영업을 위해서 매장 혹은 일정 공간이 필요했으나 이렇게 대체될 수 있는 업종은 어떤게 있을까? 이게 바로 O2O 사업이 아닌가.
인터넷을 통해 뽑기조작하는 화면.
창고에서 다양한 뽑기 기계들이 돌아가고 있다. 직원들이 돌아다니며 뽑힌 상품을 수거한다.
뽑은 상품은 고객에게 택배로 배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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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은 국가전략이 있는가?
우리의 국제정세 인식은 너무도 안이하고 유치하다. 친일, 종북 논쟁 위주이며 국제정세라는 큰 숲과 대세 흐름에는 장님이 된지 오래다. 불과 수십년전 적이 오늘날 동맹이 되는게 국제관계다. 미국과 베트남. 미국과 일본이 그랬고, 국익에 반하니 대만은 순식간에 서방 및 우방국가들로부터 버림당했다. 미국이 왜 한국전쟁과 베트남 전쟁에 참전했을까. 2차 대전에 참전하게 만든 일본이 이뻐 물심양면 지원을 하는 걸까? 일본이라고 원자폭탄을 선사했고, 전후 군대도 못갖게 만든 미국이 좋아서 꼬리를 치는 것일까? 동맹관계라는 특성을 제대로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다. 최근 외교정책이나 정치인, 학자를 보며 느끼는 위험 신호는 아래와 같다.
- 국제관계를 친구나 형제관계 같이 여기는 점. 설마 그렇게 하겠어 라는 방심을 부른다.
- 자국을 지킬 힘과 의지도 부족하면서 균형자/지렛대 역할을 할수 있을 것이라 착각하는 점. 강대국 입장에서는 얼마나 가관이겠는가
- 일본에 대해서는 그렇게 못잊고 치를 떨면서, 그보다 더 오랫동안 우리를 침략하고 괴롭혔던 중국에 대해서는 관대한 점. 중국은 여태껏 역사적으로 우리를 동등한 위치에서 Fair 하게 대한 적이 한번도 없다.
- 북한의 도발에 대해 확실한 대응을 하자는 주장이 거의 없는 점. 악마와도 협상을 해야한다? 평생 호구로 살고 싶은가보다.
- 평화는 말로 지키는게 아니라 힘이 있을때 지킬 수 있다는 사실을 간과하는 점
위 신호들은 학자, 정치인들뿐 아니라 과반수 이상의 국민들도 가지고 있다고 봐도 무방할듯 싶다. 제대로된 세계사, 역사, 정치 교육이 필요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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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세기 말의 동북아와 유사한 국제정치 판도
● 미국이 전쟁에 지지도 않은 채 중국에 밀려 2위가 되는 일은 절대로 없을 것
● 일본의 꿈은 미국 편을 들어 중국을 견제함으로써 아시아의 패자 자리를 되찾는 것
● 미국은 하와이, 캘리포니아 등에 일본군을 데려다 상륙작전 훈련을 시킬 정도
●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과 함께 한다는 안미경중은 국제정치의 기본 무시한 황당한 개념
중국의 도전
중국은 자본주의적 발전을 통해 경제적 강대국이 됨과 동시에 정치, 군사적 강대국의 길도 함께 추구하고 있다. 2010년 경제력 총량에서 일본을 앞서 세계 2위의 경제대국이 된 중국은 본격적으로, 노골적으로 미국이 현재 차지하고 있는 국제적 지위, 즉 패권적 지위를 차지하겠다는 의도를 보이고 행동에 나섰다.
중국이 말하는 신형 대국 관계란 미국에게 중국의 지위를 인정하라는 소리와 다를 바 없으며, 중국 해군력의 증강과 남지나해에서 중국이 보이는 패권적 행동은 중국이 야망을 실천하기 위한 과정에 반드시 있어야 할 일을 하는 것일 뿐이다.
바다를 제패하지 않은 채 세계 패권국이 될 수 없음을 잘 아는 중국은 남지나해를 중국의 내해로 만드는 노력에 열심이다. 중국이 이처럼 노력하는 것은 중국이 잘못 돼먹은 나라여서가 아니다. 정상적인 강대국의 행로를 밟고 있는 것이다.
미국은 당연히 중국의 이 같은 행보를 막으려 한다. 미국이 그러는 것 역시 미국이 잘못된 나라여서가 아니라 패권국으로서 정상적으로 해야 할 일을 하는 것이다. 역사상 어떤 패권국도 도전자에게 자신의 패권적 지위를 평화적으로, 양보하는 경우는 없었다.
어느날 미국이 패권국 지위를 잃고 중국이 패권국으로 등극하는 날이 오기 위해 반드시 선행되어야 할 일은 미국과 중국 사이의 대전쟁이다. 미중 대전쟁에서 중국이 승리하지 못하는 한 중국은 결코 패권국이 될 수 없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잘 모르고 있지만, 미국이란 나라가 전쟁에 지지도 않은 채 중국에 밀려 2위가 되는 일은 절대로 없을 것이다.
이처럼 미중 패권 경쟁이 노골화 되고 있는 와중에 국가전략을 꾸려나가야 하는 두 나라가 있는데 일본과 한국이다. 국가전략이란 국가의 목표를 설정해 놓고 그것을 달성하기 위해 고안된 제반방책들을 의미한다.
좋은 국가 전략이 있는 나라는 국가 목표를 달성할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한 나라는 국가목표를 달성하기는 커녕 오히려 지리멸렬의 나락으로 빠져들게 된다. 국가들의 게임을 벌이는 영역이 그만큼 처절한 곳이기 때문이다. 힘없고 전략도 없는 나라는 쇠망의 길을 걸을 수 밖에 없다.
기회를 포착한 일본
중국이 미국에게 도전하는 기회를 타서 일본은 야무진 꿈을 실현하고 있다. 일본의 꿈은 지난 70년의 비정상에서 벗어나 다시 정상국가, 혹은 그들이 말하는 보통국가가 되는 일이다. 일본의 꿈은 세계의 패자는 아닐지라도, 적어도 아시아의 패자가 되는 것이다. 평범한 용어를 사용하자면 일본은 세계 모든 나라의 꿈인 강대국이 되는 것이다.
일본은 현재 비정상 국가다. 세계 모든 나라가 다 가지고 있는 상비군(standing army)도 없는 나라이며, 자국의 군사력을 국군이라고도 부르지 못하는 나라다. 수단으로서의 전쟁마저 포기한 나라다.
이 모든 것은 일본이 스스로 원해서가 아니라 미국이 강요한 것이다. 일본 좌파들이 고수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놀라운 일이 야기되고 있지만, 사실 일본의 평화 헌법은 미군 점령군 사령관 맥아더 원수가 강요했던 것이다. 2차 세계대전 직후 미국의 목적은 일본을 허약한 농업국가, 비군사국가로 만들어 버림으로써 절대로 다시 전쟁할 수 없는 나라가 되게 하는 것이었다.
물론 국군이라고 불리지도 못하는 일본의 자위대는 실제로는 대단히 막강하다. 특히 일본의 해상자위대는 미국 해군에 이어 세계 2위 정도라고 봐도 될 정도로 강하다.
그동안 침략전쟁의 원흉으로서, 그리고 전쟁에 패배했기 때문에 기 죽이고 살았던 일본은 미국이 일본에게 전쟁을 할 수 있는 능력을 다시 가질 수 있게 해줘야 하는 세월을 만났다. 일본은 드디어 정상적인 보통국가가 될 수 있는 기회를 만난 것이다.
우리는 일본이 제멋대로 제국주의의 길을 다시 시작한다고 우려하고 있지만, 2012년 아베 2기 내각 출범 이후 일본의 군국화는 처음부터 끝까지 미국의 지원과 관리 하에 이뤄지고 있는 일이다. 일본의 군사화를 필요로 하는 미국은 최근 하와이, 캘리포니아 등에 일본군을 데려다 상륙작전 훈련을 시킬 정도가 되었다.
중국이 미국의 패권에 도전하는 상황에서 미국은 일본의 힘을 활용할 필요가 생겼고, 일본은 기회를 포착했다. 미국은 세계에서 전략이 가장 유연한 나라다. 적과 친구를 필요에 따라 아무 때나 바꿀 수 있는 나라다.
미국은 1970년대 초반, 중공을 친구로 맞이하기 위해 대만을 내동댕이쳐 버린 후 새로운 친구 중공을 소련과의 패권전쟁에 활용, 승자가 되었다. 당시 중공은 소련이 두려워 미국과 전략적 제휴를 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런 와중에 대만은 유엔 안보리에서 축출되었을 뿐 아니라 나라의 격마저 잃어 버렸다.
지난 수십년동안 미국이 만든 국제질서에 순응했고, 미국의 대소련 전략의 동맹이 되었던 대가로 막강한 경제력을 갖춘 강대국으로 성장했다. 미국은 이제 중국의 도전을 제어해야 하는 판군이 된 것이다.
미국은 이제 중국의 도전에 맞서야 하는데, 함께할 딱 좋은 파트너가 생겼다.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머뭇거리는 한국과 달리 일본이 적극 나섰다. 아소 다로 일본 부총리가 말한 것처럼 천년 동안 중국과 친구인 적이 없었던 일본은 미국이 중국의 패권을 저지하는데 자신이 적격이라며 미국을 구슬린다.
일본이 미국으로부터 원하는 바는, 일본이 다시 아시아의 최강자가 될 수 있도록 배려 받는 것이다. 수많은 한국 사람들이 일본의 정책을 감정적으로 비판하고 있지만, 나는 일본의 전략은 국제정치의 교과서적 원칙을 정말 잘 따르는 것으로 보고 있다.
100년 전과 너무 유사한 한반도 안보 상황
그렇다면 21세기 오늘의 대한민국은 잘하고 있는가? 우선 우리는 미국, 일본, 중국보다 더 탁월한 국가전략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힘이 상대적으로 약하기 때문에, 이를 상쇄하기 위해 더 탁월한 전략을 가지고 있지 않으면 안 된다. 대한민국은 지금 흥망성쇠의 기로에 놓여 있다.
중국의 부상은 미국이 만들어 놓은 자유주의적 국제질서(Liberal international order)를 충실하게 따르고 활용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제 힘이 증강된 중국은 사사건건 미국의 패권을 거스르는 방향으로 행동하고 있다. 중국이 미국적 국제질서에 순응하던 지난 20여년 동안 한국은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어려울 일이 거의 없었다.
중국이 미국의 지위에 도전하기 이전, 우리는 미국과는 안보, 중국과는 경제라는 최상의 거래를 하며 살 수 있었다. 그동안 미중 사이에서 한국은 님도 보고 뽕도 땄다.
그러나 그런 시대가 끝나가고 있다. 중국은 미국적 국제질서에 정치, 군사적으로 도전하기 시작했고, 미국 역시 중국의 도전을 용납하지 않겠다고 나오고 있다. 한국의 지식인들과 정치가들은 아직도 안미경중이라는 황당한 개념을 말하고 있다. 이미 그럴수 없게 된 것이 현재의 국제 상황인 줄 모르고 말이다.
공부 많이 했다는 사람들이 내놓은 한결같은 결론은 "우리의 국익에 의거하면 된다"는 것이다. 지식인답지 못한 분석이 아닐 수 없다. "국익에 의거"한다는 것이 "어떻게 하는 것"인지를 구체적으로 나타내는 것이 전략이다. 우리는 그런 전략이 없다.
미국과 중국이 사사건건 맞붙고 미국과의 찰떡 동맹을 국가 대전략 목표(정상국가로 그리고 강대국으로의 회귀)를 구현하기 위한 방안으로 삼은 일본이 치고 나오는 와중에 우리는 "어떻게 하는 것"이 국익을 지키는 것인가라고 말하지 않는다.
최근 유명 신문의 논설에서 중국을 친구, 미국을 형제라고 지칭한 글을 읽고 놀랐다. 대한민국의 괜찮다는 지식인들의 국제정치 인식 수준에 기가 막혔다. 영원한 친구도 영원한 적도 없다는 것이 정상적인 국가들의 국제정치 원칙이다.
미국이 우리의 형님이라면, 우리가 친구인 중국과 좀 친하게 놀겠다는데 그것이 형에게 조금 불편할지라도 형님이 그런 것을 뭐 그리 대수롭게 생각할까 라는 말이다. 그래서 형님인 미국이 원하는 사드 배치, TPP 가입은 반대해도 친구인 중국이 하는 AIIB, 전승절 참석은 문제될 것이 없다고 생각하는 것인가?
오늘 한반도 주변 국제정치 환경은 19세기 후반부터 20세기 초반과 너무나도 흡사하다. 19세기 말부터 20세기 초 세계의 패권국은 영국이었고, 이에 가장 노골적으로 도전하는 나라는 러시아였다. 당시 신흥 강국 일본도 러시아의 동방 진출을 두려워하고 있었다.
즉 영국과 일본은 러시아를 제어해야한다는 공통의 이해관계를 가지고 있었다. 영국은 그동안 고수했던 비동맹 고립정책을 포기하고, 1902년 일본과 동맹을 체결, 일본에게 아시아 지역에서의 러시아 제국 팽창을 저지하는 역할을 맡겼다.
세계 최강 영국의 지지를 확보한 일본은 1905년 러일전쟁에서 러시아를 격파함으로써 영국의 이익에 부응했고, 이런 과정을 통해 일본은 조선을 병합하고 아시아의 패권국, 세계에서도 인정받는 강대국이 되는 이익을 모두 챙겼다.
100년 전의 러시아를 중국으로 바꿔 읽고, 영국을 미국으로 바꿔 읽으면 오늘의 동북아가 나온다. "중국의 패권 도전이 두려운 미국은 일본의 힘을 활용해서 중국을 억제하고 일본은 이 기회를 활용해서 다시 아시아의 강자가 되려 한다. 영국이 고수했던 고립주의를 포기하고 일본과 동맹을 맺었듯이 미국은 일본에 대한 전후의 정책을 포기하고, 일본을 다시 무장시켰다."
한국과 중국
한국은 100년 전 만큼 약하지는 않기 때문에 미국과 일본의 협공을 받게 된 중국이 눈독을 들이는 나라다. 우리나라 외무 장관이 미중 양측으로부터 러브콜을 받고 있다고 자랑하기도 했다. 중국의 눈에 미국과의 동맹국 중 그 연결고리가 가장 약하다고 보이기 때문에, 그리고 미국을 배반할 수 있는 나라라고 보기 때문에, 중국은 한국에게 미소작전을 전개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은 미국과 함께 전쟁할 것을 약속한 사이인데도 중국이 그렇게 나오고 있는 것이다.
국제정치의 처절한 작동원리에 둔감한 한국은 중국은 우리나라의 안보 위협이 결코 아닌 것처럼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 우리가 역사가 중요하다고 말하면서도 왜 그렇게 역사를 다 까먹은 것일까? 일본과의 역사는 죽어도 잃어버릴 수 없다는 한국은 중국과의 역사는 왜 다 잃어버린 것인가?
조공을 바칠 때에도, 잘 지낼 때나 혹은 그렇지 않을 때나, 자신의 필요에 의해 우리나라를 언제라도 무력 침공한 나라는 오늘 중국의 영토에 자리 잡고 있었던 나라들 혹은 민족들이었다.
오늘 중국이 우리에게 잘 해주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미국으로부터 한국을 떼어내기 위해서다. 역설적으로 말하면 한국이 미국과 친하면 친할수록 중국은 우리를 잘 대해 줄 수 밖에 없는 것이다. 필자의 이 말에 대해, 우리도 능력이 상당하다며 발끈할 사람도 있을 것이다.
우리도 능력이 상당해서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자주적으로 행동할 수 있다는 사람들에게 묻고 싶다. 그 정도로 강한 우리나라가 왜 북한에게는 쩔쩔매는가? 도발도 북한 마음대로 대화도 북한 마음대로다. 북한은 자기 마음먹기에 따라 아무 때나 도발하고, 상황이 불리하다 싶으면 아무 때나 대화할 수 있는 나라다. 링 위에 선 두 권투 선수에 비유하자면 북한은 언제라도 불리할 때 자기 마음대로 공을 울릴 수 있는 선수다. 우리가 룰을 그렇게 만들어 줬다.
미국의 입장
향후 100년은 사용할 수 있는 가스, 200년 사용할 수 있는 석유를 확보한 미국(조셉 나이 교수의 점잖은 분석이다. 그러나 미국 콜로라도, 유타, 와이오밍 주에 분포하고 있는 셰일 석유 부존량 만으로도 미국이 300년 이상 쓸 수 있을 것으로 보는 전문가도 있다)은 앞으로도 오랫동안 패권의 지위를 확보하게 되었으며, 그러니까 일일이 이곳저곳 국제 문제에 개입할 필요가 없다는 주장조차 나오는 행복한 상황을 맞이하고 있다. 21세기의 대세가 중국이 아니라 미국일 것임이 확실한데 애써서 동맹정책을 추구할 필요도 없게 되었다는 주장도 나오기 시작했다.
사실 중국의 부상은, 중국 주변에 있는 대부분 나라들이 더 적극적으로 미국과의 동맹을 강화하는 현상을 만들어 냈다. 일본, 호주 등 전통적인 동맹국들은 물론 미국을 몰아냈던 필리핀, 미국과 전쟁했던 베트남, 미국과 별로 사이가 좋지 않았던 인도 등이 미국을 끌어들이고 있다. 오라는 데가 많아서 불편할 지경이다. 중국과 패권 경쟁하는데 확실한 동맹군이 저절로 형성된 것이다.
미국의 아시아 정책의 기본은 아시아 3대 강국인 중국, 일본, 인도 중 최소한 한나라를 미국편에 묶어 두면 된다는 것이다. 아시아 3대 강국 중 하나와 동맹을 유지하는 것은 아시아에서 균형을 유지할 수 있는 최소한의 방책이다. 지금 미국은 열렬한 일본, 확실하게 미국으로 기울고 있는 인도를 확보했고, 특히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천군만마와 같은 베트남을 미국의 전략멤버로 확보했다.
중국의 문제들이 본격적으로 나타나기 시작한 2015년 미국은 거꾸로 자원의 확보, 창조적인 경제력, 막강한 군사력 등으로 21세기가 미국의 세기임을 보장받고 있는데 더하여 중국 주변의 거의 모든 나라들이 미국을 편들고 있는 여유 있는 상황을 맞고 있다.
미국의 열정적인 동맹국이 되고 있는 인도+일본+베트남의 인구, 경제력, 군사력은 중국보다 더 강하다. 이처럼 여유있는 상황에 도달한 미국은, 그 동한 확실한 전략 요청으로 간주했던 한국이 미국을 떠나 완전한 중국편이 되더라도 별로 손해 볼 일이 없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이미 한국은 궁극적으로 중국편이 될 수 있다고 예측한 미국의 전략보고서들이 여러개 있었다. 미국이 한국에 러브콜을 보낸다고 생각하는 외무장관도 있고 한미 양국을 형제라고 비유하는 한국인 식자도 있지만, 미국은 한국이 중요한 나라가 아니라고 생각해도 되는 상황을 맞았다. 혹시 미국은 한국을 동맹의 신의를 저버린 나라라고 생각하지는 않을까?
한국의 전략적 선택
지난 8월 14일 아베신조 일본총리는 패전 70주년 담화에서 일본의 군국주의가 아시아에 희망을 줬다고 미화해서 우리를 분노하게 만들었지만, 러일전쟁에서 일본이 승리한 것을 본 인도인들은 아시아가 유럽을 이겼다는 사실에 환호했고, 인도의 독립을 위한 실력을 기르기 위해 영국 대신 일본을 공부해야 한다는 인도인들이 있었음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미국은 이번 아베 담화를 적극 환영한다고 말했다.
21세기 현재 아시아의 국제정치 상황은 영국을 미국으로, 러시아를 중국으로 바꿔 읽어도 될 정도로 19세기 말의 아시아와 유사하다고 말했다. 패권국 미국에 도전하는 중국, 이를 위협으로 느끼는 미국, 같은 위협을 당하고 있는 나라로서 미국을 도와 아시아 지역에서 미국의 지위를 유지하는 싸움에 앞장서 주겠다는 일본, 일본에게 그 지위를 적극적으로 맡겨도 될 것이라 생각하는 미국 등은 모두 국가 대전략을 달성하기 위한 전략 계획을 수립하느라 분주하다.
중국이 미국에게 도전하는 것, 미국이 이를 제어하는 것, 그 틈을 이용해서 다시 강대국으로 발돋움하려는 일본의 전략은 세계 전략의 역사에 교과서처럼 반복적으로 나타났던 일의 21세기 버전일 뿐이다. 모두들 최고급 강대국이 되기 위해(중국), 그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미국), 또는 되찾기 위해(일본) 노력하는 중이다.
이처럼 강대국이 자국의 대전략 목표를 설정해 놓고 경쟁하는 한복판에 놓여 있는 한국은 과연 전략적으로 행동하고 있는가? 중국, 일본, 미국의 행동은 국제정치의 원칙을 충실히 따르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의 전략도 그렇게 냉정한가? 우리는 21세기 국제정치의 대세를 잘 읽고 있는가?
지난 20년 동안 국제정치의 대세는 중국의 부상, 미국의 몰락이었다. 지금 이런 견해는 급격히 꺾이고 있다. 21세기는 중국의 시재가 되지 못할 것이고, 미국은 21세기가 끝날 무렵에도 패권국으로 남아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급히 확산되고 있는 것이 새로운 대세다. 이런 것들을 정확히, 그리고 재빨리 인지하고 대처해야 할 것이 아닌가?
- 이춘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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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http://www.economist.com/blogs/graphicdetail/2015/08/daily-chart-3?fsrc=rss
광복절 즈음. 돌아보는 한국과 그 주변 국가의 인구, GDP 비교. 중국과 일본이 바로 옆에 있다는게 그간 역사를 보면 말 그대로 애증의 관계. 좋기도 나쁘기도 했지만 경쟁상대로는 이보다 더 좋을 수 없을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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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ill bearing the scars of 1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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朴泰俊(박태준)이 본 日本
포스코가 위기에 빠졌을 때 그는 일본에 달려갔다
과거를 잊지 않은 일본인은 아낌없이 한국을 도왔다
그 '巨人의 時代'를 읽으면 지금 韓日은 너무 초라하다
일제강점기에 일본에서 청소년 시절을 보낸 철강인 박태준은 '평생 잊지 못할' 기억을 책에 기록했다. 수영대회에서 1등을 했지만 조선인이란 이유로 야유를 받고 2등으로 강등당한 일, 그리고 미군의 폭탄이 쏟아지던 날 방공호에서 겪은 일이다. "방공호는 질서가 정연하다. 이 일에 노인들 특히 할머니들이 나선다. '젊은이는 안으로 들어가라. 위험한 곳은 우리가 막는다. 왜 책을 들고 오지 않았느냐? 젊은이는 책을 펴고 공부해라.' 방공호 입구에 천막이 쳐지고 젊은이가 모인 제일 안쪽에 두 개의 촛불이 켜진다."
박태준은 1등을 빼앗겼을 때 "속이 끓었지만 참고 다스렸다"고 했다. 방공호에서 할머니의 질책을 들었을 땐 "식민지 대학생의 가슴으로 들어와 고국에 대한 책임감을 일깨웠다."고 술회했다. 일본이 준 분노는 참고, 감동은 받아들여 조국을 위한 동력으로 삼았다는 것이다.
박태준과 비슷한 기록을 삼성 창업자 이병철도 남겼다. 유학을 위해 탄 연락선에서 1등 선실 근처로 갈 때였다. 일본 형사가 가로막고 막말을 던졌다. "조선인이 무슨 돈으로 1등 선실을 기웃거리느냐. 건방지게." 그는 "후일 사업에만 몰두하게 된 것은 민족의 분노를 가슴 깊이 새겨두게 한 그 조그마한 사건 때문"이라고 자서전에 썻다.
이병철은 패전으로 폐허가 된 전쟁 직후 도쿄의 허름한 이발소 이야기도 함께 기록에 남겼다. 주인에게 "이발 일은 언제부터 했느냐"고 물었다. "제가 3대째니까 가업이 된 지 이럭저럭 한 60년쯤 되나 봅니다. 자식놈도 이어주었으면 합니다만...", 그는 "일본은 절대 망하지 않고 재기할 것이라고 그때 생각했다"고 썼다.
1983년 8월 이병철이 후배 박태준을 일본 휴양지로 불렀다. '부메랑 효과'를 내세운 일본 철강업계가 광양제철소 건설에 협력을 거부할 때였다. 휴양지에는 당시 일본 정,재계 막후 거물 세지마류조, 그리고 10여년 전 포항제철소 건설을 지원한 일본 철강업계의 대부 이나야마가 함께 있었다. 이들에게서 "협조하겠다"는 약속을 받아둔 이병철은 "다른 말은 말고, 고맙단 인사만 드리라"고 박태준에게 말했다. 박태준은 "체증이 쑥 내려가는 기분이었다"고 술회했다.
이병철도 비슷한 고비를 넘겼다. 5개월 전 발표한 삼성의 역사적 반도체 투자는 핵심 기술을 제공한 일본 반도체 업체 샤프의 역할이 컸다. 일본이 처음 해외에 반도체 기술을 제공한 사례였다. 이병철은 "샤프의 각별한 호의였다"고 자서전에 기록했다. "샤프를 국적이라고 혹평하는 업자도 있었다."고 했다. 한일의 가교 역할을 한 세지마 류조는 회상록에 이렇게 기록했다. "한국은 통일된다. 일본은 반성하고 한국의 감정을 포용하면서 자유와 민주주의를 기둥으로 하는 통일 한국이 탄생할 수 있도록 협력해야 한다."
박태준은 일본에서 노동을 하며 자식을 키운 아버지의 임종을 지키지 못했다. 일본 총리 후보였던 유력 정치인과의 저녁 약속을 깰 수 없었기 때문이다. 마이너스 성장에 허덕이던 1980년 한국은 일본의 도움이 그만큼 절실했다. 그날 박태준이 국익을 위해 약속을 취소하지 못한 일본 정치인은 아베 신타로, 현 일본 총리 아베 신조의 아버지다. 그는 평생 한국과의 우호에 힘을 쏟았다. 다음 날 박태준은 아버지의 이런 유언을 전해 들었다. "울지 마라. 열심히 살고 간다."
거인(巨人)들의 시대였다. 물론 그때도 갈등이 있었다. 하지만 큰 흐름은 거인들이 가슴에 품은 '대의(大義)'에 따라 움직였다. 풍요를 얻어 절실함이 사라진 탓일까. 나라가 늙어 포용력이 사라진 탓일까 그 시대를 읽으면 지금 한일 관계는 작고 얄팍하다. 유치하고 졸렬하다.
# 사족
1세대 기업인들의 일화는 들을때마다 전설로 다가온다. 말 그대로 격동의 시대 - 식민지, 전쟁, 가난, 냉전, 군사정권.. 를 뚫고 이뤄낸 그들의 성과는 오늘날 우리나라의 산업과 경제의 초석을 다져놓았다. 권력의 비호, 정경유착 등 어두운 면도 있다고 하지만 기업이란게 그것만 가지고 여러 세대는 커녕 한 세대도 살아남을순 없다.
지금 한일 관계를 유치하고 졸렬하게 느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위에도 적혀있듯이 예전엔 분노는 참고 감동은 받아들이는 기업가, 일부 막후세력이 있었다면, 지금은 분노만 부추키고 감동은 전혀주질 않는 양국 정치인과 그들로 인해 가득찬 선동만 팽배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때로는 앞으로 나가려면 Let it go 정신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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