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조림과 自然産
그 많은 칼럼 소재를 어떻게 구하는가? 집에 자료가 엄청나게 많은가? 장서(藏書)는 몇 권이나 되는가? 관심 있는 독자들이 가끔 필자에게 묻는 내용이다. 단행본, 전집 그리고 논문류(論文類)를 합해서 대략 1만 권쯤 된다. 칼럼은 제목만 떠오르면 7할은 완성된 셈이다. 제목(주제) 잡는 것이 그만큼 중요하다. 3할은 책상에 앉으면 저절로 써진다.
어떤 주제를 쓸 것인가는 순간적으로 '번쩍' 하고 떠오르는 경우가 많다. 스파크처럼 제목이 번쩍 튄다. 제목이 생각나는 것은 어느 순간이지만 그 밑바탕에는 평소에 부지런히 떡밥을 깔아놓아야 한다. 먼저 책(자료)을 섭렵하는 일은 기본이다. 그다음에 현장을 직접 답사해 보면 숨은 그림이 보이면서 확신이 든다. 셋째는 전문가와 토론을 해봐야 옥석(玉石)이 걸러진다. 마지막에는 혼자 두 시간씩 들판을 걸으면서 사색을 해야 한다. 걸어야 정리된다. 자료, 답사, 전문가, 사색, 이 4가지 과정을 반복하다 보면 칼럼거리가 정리되는 것 같다.
이 네 가지에 집중하다 보니 주변의 애경사(哀慶事)에 참석 못 해서 욕을 먹는 수도 많고, 무슨 모임도 참석 못 한다. 골프도 못 치니까 사교성도 부족해지고, 생각이 많아서 운전도 못 한다.
네 가지 과정을 압축하면 칼럼의 소재는 다시 두 가지로 분류된다. 기존 자료에 있는 내용을 해석한 칼럼은 '통조림'에 해당한다. 현장 답사에 나가서 내가 직접 보고 들은 내용을 쓴 칼럼은 '자연산'이다. 깡통에 들어 있는 통조림의 장점은 수백 개씩 보관해 놓을 수 있다는 점이다. 그러나 통조림은 값이 싸다. 자연산은 배를 타고 그물로 직접 고기를 잡아와서 쓰는 것이므로 가격이 비싸다. 현장감이 느껴진다. 단점은 비가 오고 바람이 불면 배를 타고 나가기가 어렵다는 점이다. 품을 많이 팔아야 한다.
칼럼을 쓰다 보니 자연산이 편하다. 왜 편한가? 표절 시비가 없어서 편하다. 기존 자료를 참고하다 보면 나도 모르게 표절 시비에 말려들 가능성이 있다. 자연산 주제는 선행 연구가 없다. 내가 최초로 쓰기 때문에 내 마음대로 얼마든지 주관적으로 써도 된다. 글 쓰는 사람은 표절 시비라는 부담감이 늘 따라다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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